오전까지만 해도 분명 짜릿한 경험이었다.
그런데 그 생생했던 감격과 자랑스러움이 왜 금새 퇴색되어버렸을까?
저녁 무렵부터 줄곧 마음속이 계속 불편하고 불만스럽다.
답답한 기분.
내가 하고자 계획한 것들을 다른 것들을 시도해본다는 핑계로 자꾸 미루고 회피한다는 느낌.
어쩌면 전동드릴을 써본다는 것도 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?
정말로 전동드릴이 무섭긴 했다.
집을 소소히 꾸미고 고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 체력으로는 벽에 못 하나 박기도 버거운 현실이다.
다행이 타인의 시간과 노동력을 빌리지 않고 혼자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많은 도구들이 있어 “무엇이든 가능케 해준다”.
이제보니 두려움과 냉소를 극복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이 환상이 나를 다시 또 우울하게 만들었구나.
또 그런데로 전동드릴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칼블럭(?)을 훌륭하게 설치했다.

차라리 좀 못하였더라면, 망쳤더라면 훨씬 좋을 것 같다.
이렇게 또 하나의 가능성이 추가된다.
나의 인생에 허락된 돈, 시간, 체력은 한정적인데 이렇게 무엇이든 바라는 것은 제한된 자원 안에서 어떻게든 해내려는 시도 때문에 너무나 힘겹다.
-뭐든 노력하면 할 수 있어!
아니, 꼭 그렇지는 않아.
그리고 그래야할 필요도 없고.
그러니 이제는 네가 정말 원하는 곳에 더 집중하고 힘을 아끼고 투자하자.
차라리 그걸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?